2023 해외원정등반 북알프스 원정(2023 North-Alps Mount Expedition)
[2023 해외원정]
북알프스 45km를 걷다!
“여행은 언제나 옳다. 여행은 용기의 문제다.”
5년만에 가는 해외원정이다. 매년 여름, 겨울 원정 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 없던 것은 코로나로 문이 닫혔기 때문이다. 원정계획서를 작성하고 대원들과 공유하면서 하나하나 준비하는 인도어 클라이밍이 원정의 기대감을 부풀게 했다. 박치만 고문님을 필두로 총 7명이다. 팀워크를 유지하면서 부상 없이 안전하게 복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산행의 즐거움은 각자의 몫이다.
새벽 6시에 출발해서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하여 출국수속을 밟고 일본 행 비행기에 올랐다. 출발이 1시간이나 지연되었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고, 이에 따라 플랜 A는 시작부터 깨어졌다. 산에서 3박 4일을 보내고 나고야에서 하루를 묵는 짧은 일정이라 여유시간 없이 빡빡하게 짜 놓은 계획인데, 시작부터 틀어졌으니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긴장감이 앞선다. 게다가 나고야 주부 공항에서 제주항공이 제2터미널로 옮겨져 렌터카 사무실이 있는 제1터미널까지 가기 위해서는 20여 분을 더 소비해야 했다.
[8.2(수) 1일 차] 가미코지에 도착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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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유 야영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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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유 야영장 앞 공터> |
원래 계획은 나고야에서 렌터카로 3시간 반 거리에 있는 아칸다나 주차장에 도착한 후, 버스나 택시로 가미코지까지 들어가 코나시다이라 캠프장에서 숙박하는 것이었다. 그래야 새벽 일찍 산행을 나서 선착순으로 자리를 잡게 되는 야리가다케 야영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료품을 사기 위해 들렀던 다카야마 BOSS 식료품점에는 막대 가스만 있을 뿐, 이소 가스가 없었다. 이 때문에 시간을 또 허비해야 했고, 결국 아칸다나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는 가미코지 대중교통이 모두 끊긴 뒤였다.
히라유 야영장으로 되돌아 나와서 도로 옆에 자리를 잡고 늦은 저녁을 먹었다. 의도하지 않은 대안의 선택이다. 이 마저도 야영장의 캠퍼가 가스를 제공해주지 않았다면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임시방편의 선택이었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안주(安住)였다.
[8.3(목) 2일 차] 가미코지에서 야리가다케까지 11시간을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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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알프스 가미코지, 갓파바시> |
아칸다나 주차장에서 가미코지로 들어가는 셔틀버스 첫차는 새벽 4시 50분에 있다. 히라유 야영장에서 3시쯤 일어나 사이트를 정리하고 아칸다나 주차장에 도착한 후 첫 버스에 올랐다. 가미코지까지는 30여 분 걸린다.
가미코지에 도착해 방문자 센터에서 입산신고서(등산계획서)를 작성했다. 대원들의 신상과 연락처, 산행코스를 기입하고, 바로 옆에 있는 산악보험 가입 자판기에서 500엔 씰을 사 입산신고서 오른쪽 아래에 붙여 제출했다.
오늘 산행은 가미코지에서 출발해 묘진 산장, 도쿠사와 산장, 요코 산장, 야리사와 롯지를 거쳐 3,180미터인 야리가다케 정상까지 올라야 한다. 계획보다 늦은 출발이었기 때문에 야영장 확보를 자신할 수 없어 마음이 바빴다. ‘서둘러야 한다’는 초조함이 앞섰다! 누군가 한 사람은 먼저 올라야 했기 때문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었다.
야리사와 롯지까지의 산행로는 평지나 다름없다. 새벽 숲속 길 맑은 시내를 따라가다 보면 흡사 숲의 요정들이 사는 곳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든다. 마음이 정화되고 근육의 움직임과 혈액의 흐름이 리드미컬 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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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코지 야영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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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나시다이라 야영장 > |
호흡이 다소 답답해져 고도계를 보니 2,300m를 가리킨다. 이때까지는 50분 내지 1시간을 걷고 5분에서 10분 정도 쉬는 규칙적인 보행을 했다.
올여름은 더운가 보다. 몇 년 전에 여기를 왔을 때는 계곡이 녹지 않은 눈으로 덮였었다. 그 눈이라도 있었으면 보행속도를 늦추었을 텐데, 같은 속도로 거침없이 치고 올랐다.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계속 야영장 상태를 묻다 보니 초조함은 더해갔다.
텐구하라 분기점을 지나고 30분 정도 되면서부터 급격하게 보행이 힘들어졌다. 호흡이 답답하고 체력이 빠져나가는 느낌에 졸리기까지 했다. 고산증세다.
경험해 본 사람들은 다 아는 일이다. 그냥 힘들다는 것! 30분 만에 쉬다 20분 만에 쉬고, 급기야는 10발짝 만에 쉬어야 하는 고통! 그렇게 힘들게 오를 때, 하산 중이던 모녀 산악인들로부터 야리가다케 산장 야영장이 다 찼다는 얘기를 들었다. 숙소도 마찬가지다. 바로 밑의 셋쇼휘테 산장에서 묵을 수밖에 없다.
2,848미터 고지의 셋쇼휘테 산장에 도착했을 때는 남은 야영장 사이트가 4개 밖에 없었다. 조금이라도 더 늦었으면, 몇 사람을 제치고 오르지 않았다면, 그 마저도 확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중 한 곳은 텐트 2동을 칠 수 있는 비교적 넓은 공간이었는데, 고등학생들을 데리고 온 교사들이 특별한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별도로 확보했다가 뒤의 대원들과 교신하는 무전 내용을 듣고 내게 양보한 것이었다. 고마운 일이다. 산장 숙박도 3개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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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쇼휘테 야영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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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 야영의 안락함> |
대원 모두가 야리가다케 산장의 야영장에서 석양과 일출, 운해의 장관을 보게 했어야 했는데, 고산증을 무릅쓰면서까지 속도를 냈음에도 너무 늦은 출발과 시간 허비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산장 숙박이라도 가능했다면 내쳐 올라 예약했을 텐데, 코로나로 인해 50% 제한 운영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산에서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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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쇼휘테 야영장 아래 전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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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알프스의 석양> |
더 큰 문제는 다음날 호다카다케 산장의 야영장을 확보할 수 있느냐였다. 호다가다케 산장은 야리가다케에서 능선을 넘어 들어가는 사람들과 가미코지에서 직등해 올라오는 사람들이 합해지는 곳이고, 허용된 야영장 사이트 수는 야리가다케 산장보다 적다.
더욱이 우리는 셋쇼휘테에서 야리가다케 산장까지 1시간을 오르고, 야리가다케 정상 왕복 1시간을 더 허비해야 하니 야리가다케 산장에서 묵은 사람들보다 2시간 넘게 늦어지게 된다. 새벽 2시나 3시쯤 일어나면 되겠지만, 오늘 11시간 넘게 힘들게 오른 대원들 몸 상태로는 어려운 일이다.
상황을 대원들과 공유하고, 코스를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야리가다케에서 호다가다케 방향으로 오오다미다케와 나가다케를 넘어 미나미다케 앞에서 좌측 텐구하라로 내려와 가미코지 루트로 합류해 하산하기로 했다. 안타깝고 힘든 결정이었다. 야영장이든 산장 숙박이든 하나라도 확보된다면 이런 결정을 내릴 이유가 없었다.
[8.4(금) 3일 차] 야리가다케에서 텐구하라 루트로 12시간 하산!
산장팀은 셋쇼휘테 야영장에서 5시에 야리가다케 산장으로 올랐다. 1시간이 걸렸다. 야영팀은 1시간 뒤에 야리가다케 산장으로 올라왔다. 코스 변경이 아쉬워서인지 야리가다케로 바로 올라오지 않고, 바로 위의 능선으로 직등해 북알프스의 아침을 가슴으로 맞이하면서 올라왔다. 그렇게라도 해야 아쉬운 마음을 달랠 수 있을 터였다.
야리가다케 정상은 산장 바로 옆에 있는 첨봉이다. 야영장에서 만났던 울산 청년 두 명을 먼저 올려 보내고, 우리 팀은 후미 대원들이 모두 합류한 후에 정상에 올랐다.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클라이밍 업 구간이지만,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낙석을 조심하면서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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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리가다케 정상> |
오늘은 날씨가 좋아 조망이 멋지다. 모두가 야리가다케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서는 후지산이 보이고, 일본의 지리산 종주라 할 수 있는 오모테긴자 종주능선이 앞뒤로 연결된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 그해 여름에 혼자서 오모테긴자 능선을 올라 야리가다케를 넘어 카사가다케로 가다가 폭우로 하산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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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리가다케 산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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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리가다케 정상> |
아쉽지만, 야리가다케 산장을 떠날 때가 되었다. 북알프스 능선길을 걷다가 하산길로 내려서야 한다.
텐구하라 루트는 초행길이다. 야리가다케를 오를 때 이곳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있어 어떤 길일지 호기심을 가졌다가 이번에 우연히 걷게 되는 길이다. 야생화 군락지가 있어서 언젠가는 가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루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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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다케 방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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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리가다케 아래 산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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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알프스 능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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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리가다케 산장과 정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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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가다케 방향> |
야리가다케 산장에서 오오다미다케, 나가다케를 넘어가면 미나미다케 직전에 텐구하라로 빠지는 갈림길이 나온다. 몸이 아직 안 풀린 아침 첫 출발에 따른 ‘힘든 것’ 외에 갈림길까지는 험하지 않다. 북알프스 능선을 조망하기 딱 좋은 길이다. 특히, 가미코지 반대쪽 가사카다케 방향의 운해가 멋진 장관을 보여주었다. 한참을 앉아 사진을 찍고 가슴에 담았다. 북알프스 다이기렛토를 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다소나마 달래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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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구하라 하산루트> |
텐구하라 방향으로 하산하면 곧바로 클라이밍 다운 구간이 나온다. 그다지 어렵지는 않지만 무거운 배낭을 멘 사람들에게는 조심해야 할 구간이다.
갈림길에서 2시간이나 내려와야 작은 호수를 만나고 40여 분을 더 가야 가미코지 삼거리에 도착한다. 너덜지대이기 때문에 보행이 힘들었다. 더욱이 계곡 물소리가 들려도 물 한잔 뜰 수 없게 바위 아래에 숨어서 내려가고, 점심을 먹을 공간도 마땅치 않아 행동식으로 허기를 달래며 하산해야 했다. 생각보다 길고 힘들었다.
[8.5(토) 4일 차] 우중 산행·야영을 경험한 텐구하라 하산 루트!
가미코지-텐구하라 삼거리에서 가미코지까지의 하산길은 무척 길었다. 정상에 오르기 전이 가장 힘든 법이고, 하산 목적지에 도착 전도 그만큼 힘들다. 오후 3시쯤 야리사와 롯지에 도착해서야 점심을 먹을 수 있었고, 에너지를 보충해 체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하산길도 서둘러야 했다. 토요일이라 산장 예약, 야영장 확보가 쉽지 않을 수도 있어 한 사람은 먼저 내려가 야영장을 확보해야 했다. 원래 계획은 도쿠사와 산장에서 야영할 생각이었지만, 아무리 내려가도 눈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 코스를 올라올 때는 전혀 길다고 느끼지 않았는데, 서둘러 내려가야 할 길이니 마냥 길게만 느껴졌다.
왕복 40km가 넘는 길이니 실제로도 긴 루트였다. 요코산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10시간 넘게 산행을 한 상태였다. 비가 한두 방울 내리기 시작했다. 후미 대원들은 두 시간 정도 더 걸어야 여기까지 올 수 있다. 비가 언제까지 얼마만큼 올 지가 중요했다.
두세 개의 날씨 앱을 확인하고 더 이상 진행은 무리라는 판단이 들었다. 계획했던 도쿠사와 야영장까지는 1시간 반 정도를 더 내려가야 했으므로, 여기까지 12시간 정도를 산행하는 대원들에게는 무리였다. 두 시간 동안 우중 산행을 하면 옷이고 배낭이고 다 젖을 것이기 때문에 젖은 몸으로 빗속에서 텐트를 쳐 안락한 상태 만들기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때마침 무전으로 세 명의 대원이 산장 숙박을 요청해왔다.
요코산장에서 야영장을 확보하고, 산장까지 확보했다. 산장 숙박은 한 사람당 17만 원이었다. 사전 예약을 하지 않은 추가금, 저녁과 아침식사가 포함된 금액이다. 할인도 안 되고, 저녁식사와 아침식사를 제외해서도 안 된다고 한다. 대원들과 의논해 정하겠다고 도착할 때인 7시까지 기다려달라고 했다.
대원들은 비를 쫄딱 맞은 채 7시쯤 도착했고, 야영하기로 결정하고 비가 잦아든 틈을 타 텐트를 피칭하고 늦은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다. 다이기렛토 암릉구간 만큼이나 힘든 12시간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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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산장의 야영> |
빗속에서 텐트를 치고, 젖은 옷을 갈아입고, 젖은 텐트 바닥을 닦아내고, 비가 들어오지 않게 텐트 구석구석을 살피고, 추위로 떠는 몸을 따듯이 하고, 쉘터를 쳐 단체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어떤 마음이 드는지는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 지옥에서 벗어나 천국으로 들어가는, 불안함을 떨쳐내고 안락함을 찾는 과정의 어려움은 해본 사람만이 안다. 야영을 선택한 대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새벽 일찍 일어나니 날씨가 맑다. 어제 저녁 무렵 3시간 정도의 소나기도 추억이 되었다. 뭔가가 눈 윗부분을 네 곳이나 물어 눈이 부어올랐다. 오모테긴자 종주를 할 때도 텐트 안에서 벌레가 물어 퉁퉁 부었었는데 이번에도 또 물렸다.
오늘은 나고야로 나가는 날이다. 젖은 텐트와 타프를 털어 접고 따듯한 아침 식사를 한 후 싸이트를 말끔히 정리했다. 가미코지로 나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1시간 거리에 있는 도쿠사와 산장을 거쳐 묘진 산장에 도착해서 생맥주를 마셨다. 산정에서는 캔맥주만을 마셨는데, 첫 생맥주여서인지 아침 9시에 마시는 생맥주 맛이 기가 막혔다.
가미코지에 도착해서 셔틀버스를 타고 30분 거리에 있는 아칸다나 주차장으로 나갔고, 바로 히라유, 다까야마를 거쳐 나고야로 이동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렌터카 뒤로 크고 작은 산들이 멀어져간다. 중간 휴게소에서 만난 주말 여행을 나온 사람들의 모습도 이채롭다. 휴게소에서 나고야까지는 이은규 강사가 렌터카 운전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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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휴게소> |
렌터카를 반납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모든 일이 이제야 끝났다는 안도감이 든다. 아직 일본에서 렌터카를 운전하면서 사고를 겪은 경험은 없지만, 국내에서 느껴봤기 때문에 마음의 부담이 없을 수 없다. 나고야역 앞 토요타 렌터카에 차를 반납하고 나니 게스트하우스 체크인을 하고 나고야의 밤을 즐길 일만 남았다.
나고야역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카페 & 게스트하우스 나고노야’에 도착해 체크인 하는데, 4명만 예약이 되어 있고, 3명은 미 예약 상태라고 아주 당황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알고 보니 방을 세 개를 예약했는데, 게스트하우스에서 예약부에 예약자 이름으로 기록한 것이 아니라 방 숙박자 대표 이름으로 적어 놓아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젊은 한국 친구의 도움으로 예약한 홈페이지 내용을 보여주고 나서야 문제가 해결되었다.
계획은 또 변경되었다. 숙소에서 20여 분 거리에 있는 사카에 역 근처의 식당들을 확보해 놓았는데, 힘든 산행에 날씨까지 무더워 숙소 근처에서 먹자는 의견이 대세였다.
나고야역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 화로구이는 맛있었지만, 값이 비쌌다. 역에 있는 이자카야 맛집으로 이동했지만, 자리를 잡을 수 없었다. 토요일 저녁시간에 7명이 예약 없이 갈 수 있는 데는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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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의 저녁> |
돌아오는 길에 어렵게 찾은 술집의 안주는 우리 입맛에 맞지도 않았고 시끄럽기만 했다. 편의점 두어 군데를 들러 초밥에 간단한 안주와 맥주를 사 들고 숙소에서 먹었는데, 이것이 가장 좋았다. 원래 계획했던 사카에 역으로 강행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필로그
이번 원정은 첫 출발부터 계획이 계속 엇나갔다. 보통 6박 7일 일정으로 가는데, 이번 원정은 4박 5일이어서 계획을 빡빡하게 짠 탓이다. 첫날 플랜 B의 영향이 원정 끝날 때까지 미친 셈이다. 짧은 기간의 빡빡한 일정에 많은 인원이 참여하는 원정은 쉽지 않다는 경험을 하고 말았다.
준비 및 운행과 관련한 아쉬운 점들도 있었다. 원정 계획을 하면서 세 가지를 요청했었다. 배려의 팀플레이를 할 것, 독단적인 행동을 하지 말 것, 적절하고 적당한 양의 본인 먹을 것만 준비할 것 등이다. 각기 개선해야 할 문제점을 노출했다. 앞으로 해외 고산 원정산행을 꿈꾼다면 국내 산행 스타일은 완전히 버려야 한다. 준비부터 운행방식 등 모든 것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좋은 평가를 할 수 있는 것들도 있었다. 힘든 여정을 모두가 큰 부상 없이 마치고 집으로 복귀했다는 점이다. 이것 만으로도 원정 성공이다. 솔선수범과 배려심을 보여준 것도 좋은 덕목이다. 생각과 입장이 다른 힘든 여정 속에서 각자 인내심도 발휘했을 것이다. 모두가 다 수고했지만, 특별히 어려운 원정에 참여해 선두에서 함께 해 주신 박치만 고문님과 빠른 판단과 실행력을 보여준 신현아 총무에게 고마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후원해 주신 이천시산악연맹 최용판 회장님과 이천시등산학교 문연래 학교장님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이번 겨울에 북알프스를 다시 찾을 것이다. 야츠가다케에서 동계 야영을 하면서 두 세 개 루트를 등반하거나 몇 년 전에 2미터의 폭설로 들어가지도 못했던 니시호 산장에서 야영을 하면서 설상등반으로 니시호다카다케를 오를 것이다.
* 북알프스를 오르는 길에 대원들이 울산산악구조대 산악인을 만났다. 나는 귀국길에 나고야 공항 출국장에서 그를 볼 수 있었는데, 통성명을 하면서 경기도산악구조대였다고 하니 깍듯하게 선배 대접을 해주었다. 가스 스토브를 일일이 검사한다고 팁을 주어 수월하게 출국할 수 있었다. 가을에 영남알프스 산악대회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