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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북알프스 종주능선 오모테긴자를 걷다! - 셋째 날

산과나 산행기록/해외원정

by TimeSpace 2017. 7. 3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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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북알프스 종주능선 오모테긴자를 걷다! - 셋째 날


일본 북알프스!

일본의 알프스산맥 중 3,000m급 봉우리들이 늘어서 있는 북알프스는 북부는 동쪽으로 하쿠바(白馬)연봉에서 하리노키(針ノ木)고개까지의 우시로다테야마(後立山)연봉, 서쪽으로 츠루기(劍)·다테야마(立山)연봉에서 고시키가하라(五色が原) 주변, 쿠로베가와(黑部川)의 시모노로우카(下ノ廊下)근처까지를 말하며,  선교, 산악활동을 하던 월터 웨스턴이라는 선교사에 의해 이름 붙여졌다.
중부는 쿠로베가와(黑部川)의 카미노로우카(上ノ廊下)에서 원류(源流)주변까지의 산들로, 쿠모노다이라(雲ノ平)를 중심으로 한 서쪽의 야쿠시다케(藥師岳)에서 스고로쿠다케(六岳), 카사가다케(笠が岳) 산맥, 동쪽의 수이쇼우다케(水晶岳), 아카우시다케(赤牛岳)의 요미우리신도(讀賣新道), 에보시다케(烏帽子岳)에서 노구치고로우다케(野口五郞岳)를 경유하는 우라긴자(裏銀座) 코스, 남부는 야리가다케(槍が岳)를 중심으로 해서 남쪽의 호다카(穗高)연봉, 동쪽의 츠바쿠로다케(燕岳)와 가키다케(餓鬼岳)의 오모테긴자(表銀座) 코스, 죠우넨다케(常念岳)와 쵸우가다케(蝶が岳)의 죠우넨(常念)산맥, 그리고 독립봉의 풍모가 있는 노리쿠라다케(乘鞍岳)가 더해지는 산악지대이다.
일본 최고의 비경지대로 3,000미터가 넘는 일본의 26개 봉우리 중 12개가 집중되어 있어 “일본의 지붕”이라고 불린다. 엄청난 양의 폭설 때문에 매년 4월까지 입산이 통제될 정도로 온통 하얀 설원의 매력을 가졌으며, 아름다운 호수,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세계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여름에도 풍부한 잔설을 자랑하고, 북방계의 귀중한 고산식물과 고산나비, 뇌조 등이, 절경의 각 봉우리와 암벽을 더욱 빛내준다. 동시에 일본에서 가장 표고가 높은 쿠모노다이라(雲ノ平) 및 고시키가하라(五色が原) 고원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다.


[06:10] 야리가다케 산장(岳山莊 3,086m) 출발

새벽에 눈을 떠보니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다. 텐트 위를 때리는 후두둑 소리가 멈추지 않을 것 같다. 날씨예보를 확인해 비가 그칠 것 같으면 좀 더 쉬다가 늦게 출발해도 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서둘러 싸이트를 정리하고 출발해야 한다. 산장지기에게 물었더니 오후에는 "Heavy rain", 비가 더 온다고 들려줬다. 이것 저것 잴 것이 없다. 출발해야 한다. 일단 스고로쿠고야까지 진행한 후 거기서 야영을 하든가 가사가다케까지 강행하든가 아니면 비가 더 올 경우 신호타카 방향으로 하산을 하든가를 결정해야 한다.

누릉지와 건조미를 끓여 아침을 먹은 후, 비에 젖지 않게 배낭 안 방수패킹을 하고 텐트를 걷었다. 고어텍스 자켓에 오버트로우져를 입었고, 비바람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OR 고어텍스 방수모자를 썼다. 배낭엔 배낭커버를 씌웠다. 등산화에는 비가 들어가지 않게 비닐봉투를 양말 안쪽에 넣을까 하다 그만두었다. 장시간 우중 산행을 할 경우에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인데, 항상 안해서 등산화를 적시고 만다.



하산을 서두르는 사람들이 하산 출발사진을 남긴다.

대부분 가미코지로 내려가든가, 신호타카 온천으로 바로 내려가든가 일 것이다. 우중 다이기렛토 진행은 위험하기 때문에 가이드들이 만류할 것이 분명하다. 

나는 스고로꾸다케 방향으로 가야 한다. 야영장에서 산장을 지나자 마자 바로 왼쪽으로 이어진 길이다. 역시 혼자 나선다. 이렇게 비가 올 때는 함께 가는 사람들이라도 있으면 든든할텐데, 외로운 출발이다.
야리가다케에서 센죠노리코시(千丈乗越 2,734m)까지 50분, 거기서 히다리마타다케(左堡岳 2,674m)까지는 1시간 20분, 모미사와다케(從澤岳 2,755m)까지 더 1시간, 거기서 스고로쿠고야(双六小屋 2,600m)까지 30분이 더 걸릴 것이다.





비는 오고 바람은 거세다. 간혹 바람이 안개를 걷어갔으면 좋겠지만, 사방이 안개로 가득찻다. 조망은 없고, 볼 수 있는 것은 발밑 뿐이다. 출발하면 한참을 내려가다 길이 우측으로 이어진다. 생각보다 많이 내려가서 신호타카로 바로 내려가는 하산길을 들어선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들었지만, 산이 크다보니 체감거리가 긴 것이라는 생각으로 계속 진행했다.


[07:40] 센죠노리코시(千丈乗越 2,734m)



 

출발한지 1시간이 넘어서야 다른 산객들을 만났다. 반가웠다. 가이드를 동반한 일본인 산객들이다. 악천후 산행에서는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산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가이드가 눈을 다져 길을 만들고, 여성 산객들이 뒤를 따르고, 남자들이 후미에 섰다. 천천히 그들을 따르면 되겠다 싶어 편안한 마음으로 뒤를 따랐지만, 진행속도가 너무 느렸다. 가이드도 자꾸 먼저 가라고 보챈다. 할 수 없이 앞서 나가면서 한동안 길을 찾고 만들어 나가다가 속도를 더 내 그들과 완전히 멀어졌다.






딱 한번 안개가 걷히면서 봉우리가 보였다가는 이내 사라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점점 젖어 들어오는 비만 몸으로 느낄 수 있을 뿐이다. 초반에는 땀으로 젖는 것을 피하기 위해 보행속도를 조절했다가 일본인 산객들을 지나면서 속도를 냈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몸이 젖기 시작했다. 고어텍스 자켓 안 티셔츠도 젖었고, 오버트로우져 안의 바지도 젖어 들었다. 배낭도 젖기 시작해 제법 묵직해졌다. 바지가 젖었으므로 곧 등산화 양말도 젖을 것이다.

 

[08:20] 히다리마타다케(左堡岳 2,674m)




그나마 야생화가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었다. 장마철 잠시 비가 그쳤을 때 밖에서 만나는 꽃들이 주는 느낌이랄까. 야생화를 보니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 꽃이름이라도 알면 더 좋았을텐데, 아무리 외우려 해도 야생화나 산야초를 배우는 것이 참 어렵다.


[09:08] 모미사와다케(從澤岳 2,755m)




모미사와다케에 도착할 때까지 3시간 동안 한번도 쉬지 않았다. 온 몸이 젖었기 때문에 쉬면 체온이 금방 떨어진다. 계속 걸어야 한다. 등산화도 젖었다. 찌걱찌걱 느낌이 안좋지만 어쩔 수 없다. 자초한 일이다. 왜 나는 알면서도 비닐봉투 신는 것을 싫어할까. 지난 가을 중앙알프스에서도 홀딱 적셨던 한바그 알라스카! 우중산행에 강한 중등산화 체면을 또 구겼다.

배낭도 젖었다. 커버 아래쪽에 1컵 정도 분량의 물이 찰랑거릴 정도로 젖었다. 상체를 굽혀 뒤집어 쏟아냈지만, 분명한 것은 배낭도 젖었다는 사실이다. 안쪽은 방수팩으로 패킹했으니 젖지 않았을 것이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제 30분만 내려가면 비를 피할 수 있는 작은 산장 스고로쿠고야다.


 [09:35] 스고로쿠고야(双六小屋 2,600m)




30분 정도를 내려가자 안개속에서 스고로쿠고야가 나타났다. 갑자기 툭 튀어나온 느낌이랄까 반가웠다. 9시 35분 아직 아침이니 여기서 산행을 멈추고 야영을 하기에는 좀 그렇다. 게다가 바람도 세서 싸이트 구축하는 것도 어렵다. 쳐 놓는다 해도 밤새 바람에 시달릴 것이 분명하다. 이곳 산장의 바람은 백패커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산장지기에게 날씨를 확인하고 가사가다케로 진행할 것인지, 신호타카 방향으로 방향을 틀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다.

산장 안은 산객들로 가득하다. 따듯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배낭을 맨채 들어갔다가 황급히 되돌아 나왔다. 밖에 배낭을 두고 몸만 들어갔어도 계속 있기가 민망했다. 몸에서 빗물이 줄줄 흘러내려 산장 바닥을 적셔서 커피는 커녕 날씨만 묻고 되돌아 나왔다. 4일간 비가 계속 내릴 것이라고 한다.


[10:00] 스고로쿠고야(双六小屋 2,600m)에서 하산을 결정하다.



4일간 계속 비가 내린다면, 여기서 진행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여기서 유미오리다케와 누케도다케를 거쳐 카사가다케까지 가는 것으로 5시간 정도 걸린다. 아니면 유미오리다케 전 갈림길에서 와사비다이라 산장 방향으로 하산하는 방법이다. 시간은 4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 

잠시 고민을 하다 방향을 틀기로 했다. 조망이 없는 안개속을 비바람에 맞서 5시간 산행하는 것보다는 신속히 하산을 하는 것이 맞는 판단이었다. 더구나 계속 비가 올 경우, 가사가다케에서 하산하는 두 곳 모두 계곡길이기 때문에 많은 비로 하산이 염려되기도 하고, 가사가다케를 넘어 하산하는 길은 비가 많이 오면 막히는 길이다.

어쨋든 빠른 하산이다. 혹 진행이 어려우면 카가미타이라 산장에서 산장숙박을 하거나 중간 어느 곳에서든 야영을 하면 될 일이다. 스고로쿠고야를 뒤로 하고 좌측 길을 택해 내려 올 때 미처 걷지 않은 텐드 두동이 눈에 들어왔다. 텐트 안이 궁금하다.





맑은 날이었다면 하산길이 무척이나 행복했을 것이다. 대체로 산행로가 좋았고, 7월 여름인데도 녹지 않은 잔설이 독특한 느낌을 주었다. 중간에 일본인 몇명을 만났는데, 완전장비를 갖춘 너댓명은 고산등반에서 싣는 중등산화에 노스페이스 상하 방수복을 입었다. 몸이 젖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여성 산객도 만났는데, 걸어오는 걸음걸이가 전혀 거칠지 않았고, 자켓에 맺힌 물방울들로 보아 체온을 조절하면서 부드러운 운행을 하는 것 같았다. 하산로에 대해 물었더니 아주 부드러운 말투로 거리며 경사도 등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10:50] 가사가다케 - 카카미타이라 산장 갈림길



여기에서 좌측길로 접어들면 계곡 상류에 세워진 카가미타이라 산장 방향이다. 혼자 있던 산객과 짧은 인사를 나누고 멈춤없이 하산을 서둘렀다. 30여분이면 카가미타이라 산장에 도착할 것이고, 여의치 않을 경우 여기서 하루를 보내는 것도 좋을 일이다. 맑은 날이면 산장 앞 호수에 야리가다케가 비치는 천상의 산장이다.


[11:35] 카카미타이라 산장 도착






비내리는 카가미타이라 산장!

산장 숙박을 하면서 소주 한 잔에 시를 읇고, 따듯한 커피향기 속에 두런 두런 얘기를 나누고 싶은 곳이다. 여태 봤었던 일본의 산장 중에서 최고라 할만 하다.

배낭을 내려놓고 산장 안으로 들어가니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접수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산장지기에게 혹 야영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야영장이 없다고 한다. 막 하산해 내려온 스고로쿠고야와 2시간 30분 정도 더 내려가서 와사비타이라 산장에서 야영할 수 있다고 답해 주었다.

망설일 일이 없다. 곧바로 하산이다. 그것도 우중 계곡 하산이므로 신속한 하산이다.





와사비타이라 산장까지 두시간 여 하산하는 동안 여러 명을 앞질렀다. 온 몸이 젖어 쉴 수 없고, 혹 계곡에 물이 불어 산행로가 잠길 수도 있으니 서두르는 것이 상책이다. 카가미타이라 산장에서 하산을 막지 않은 것을 보면 비로 산행로가 막히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지만 우중 계곡산행에서는 가능한 한 빨리 하산을 하는 것이 정답이다. 


[14:00] 와사비타이라 산장 도착




<와사비타이라 야영장>


와사비타이라 산장에 도착한 시간은 2시였다. 아침 6시 10분에 출발해서 8시간이 걸렸다. 우중산행인데다 전부 젖었기 때문에 한번도 앉아서 쉬지 않고 내쳐 달려 도착했다. 강도 높은 산행이었다. 점심도 운행 중에 행동식으로 대신했다.





산장에 야영장 접수를 하자마자 텐트 설치부터 서둘렀다. 계속 비가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먼저 플라이를 설치해 비를 막고, 그 안에 텐트 본체를 설치한 다음 배낭을 안으로 끌여들여 몸에서 흘러나와 텐트 바닥을 적시는 물을 수건으로 적셔 밖으로 짜내다가 옷을 전부 벗어 밖에 두고 마른 수건으로 텐트 바닥을 닦아냈다. 그리고는 리액트를 켜 텐트 안을 훈훈하게 만들고, 소주 한 잔 곁들여 늦은 점심을 먹고 커피를 끓여 마셨다. 아늑하다.

바닥을 다시 한번 닦아내고, 에어 메트리스를 깔고 그 위에 침낭커버로 싼 침낭을 놓고 그 안에 들어가 몸을 녹였다. 따듯한 나만의 아지트이다. 비가 더 얼마나 내릴 지 모르지만 내일 아침까지는 안락한 공간을 유지시켜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비가 새지 않는 텐트 안은 천국이다.



7월 24일(월) [06:10] 와사비타이라 산장 출발





비는 밤새 내렸고, 그 다음 날도 내렸다. 어제 입었던 젖은 옷으로 다시 갈아 입고, 텐트를 해체해 6시에 와사비타이라 산장을 나섰다. 1시간을 내려가면 신호타카 온천이고, 여기서 다카야마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한다. 7시에 신호타카 온천, 10시에 다카야마에 도착했다.

나고야 날씨가 맑으면 나고야로 이동해 야영장에서 이틀을 더 보낼 생각이었으나 비가 온다고 하여 다카야마에서 하루를 머물기로 했다. 다 젖었으니 2시간 넘게 나고야로 이동하는 것도 무리였다. 게스트하우스 J-Hoppers 싱글룸을 빌려 젖은 옷을 방안에 펼쳐 말렸다. 흠뻑 젖은 텐트는 건물 뒤편 슈퍼 뒤쪽 울타리에서 두시간을 말렸다.



   

다음 날 다카야마노히 버스센터에서 나고야로 이동할 때도 비가 왔다. 나고야에서 사카에 역 근처에 있는 Nagoya Travellers Hostel로 이동할 때도 비가 왔다. 다카야마 J-Hoppers나 Nagoya Travellers Hostel 모두 현장에서 모바일폰으로 예약했다. 두 곳 모두 훌륭한 게스트하우스였다. 적극 추천한다.

첫날 후기를 보고 친구가 "왜 산에 가냐?"고 물어 왔다. 마지막 날 후기에서 답해 주기로 했는데 솔직히 모르겠다. 산에 가면 그냥 좋다. 시간이 허락하면, 올 가을과 겨울에 새로운 루트를 찾아 나설 생각이다.


* 통신수단으로는 NTT Docomo 유심칩을 구매해 갔다. 북알프스에서 유일하게 터지는 유심칩이기 때문이다. 산장에서 카톡, 밴드 등을 통해 안부를 확인하고 소통할 수 있었다. 단 와사비타이라 산장 계곡 하산길에서는 불통이었다. 하루 종일 소통할 수 없었고, 그 이튿날 신호타카 온천에 도착해서야 안부를 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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